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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 오늘 첫대면.
살아있네!!
걷다 지치면 앉으면 되고.. 누가 여기서 뭐하냐고 물으면 쌩까면 되고.. 그냥 지나치려면 먹을 꺼 있냐고 노상 까면 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고 또 걷습니다.
주구장창...
걷고 또 걷고..
도대체 이길은 끝이 어디야...하면서 연신 쓰벌쓰벌 투덜대면서..
누군 체해서 우웩우웩하고 ㅋㅋ
유채꽃이 필 때면 뱃길을 따라 삼천리...사랑 옛사랑..
여기도 노랗네요. 제주는 온통 노랑이 천지인 듯.
보내지 못한편지..
말하지 못해 안타까웠던 그시절 지금도 가슴에 무던히 새겨진 그사람,
어쩌면 지금은 볼 수 없는 당신에게...
내게는 그런 아픈 사람이 없었습니다. 진실로 진실로 나는 없었당께요..
지금도 해질녘이면 살며시 떠올라 심장 바로 밑.. 왼쪽 옆구리를 심하게 아리게 하는 그런 사람이 없었습니다.
먼 훗날 인연이 닿아.. 멀지감치 골목 귀퉁이를 돌아가는 그사람의 그림자라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그런 사람.. 진짜 없었당께요... 그런데도 생각이 나네요..
어느덧 차가워진 바람이
옷길을 여미게 하고.. 바지춤에 꽂아 넣어버렷던 장갑을 다시 찾을만큼 서늘해지는 시간
다들 한데 모여 왁자지껄 숙소를 향해서...
불빛하나 없이.. 담너머 무우밭만 펼쳐진 한적한 곳으로 우릴 부려버리는 버스..
각자 주어진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고..
저녁 만찬을 기다림니다..
계속 기다립니다. ㅋㅋ
숯덩이를 입고 니가 날 먹으면 얼마나 먹겠어..하고 짠~ 나타난 고기~ 음.... 샷다마우스..
소주와...맥주와 소맥이 오가고..
품속에서 막 꺼내놓은 백알?? 배갈?? 빼갈?? 호칭에 탈 많았던 고량주도 두병씩이나 까고..
산호횽님이 너그럽게 스폰해주신 발렌타인 17년.. 전 미성년자는 안먹는다고요.. 그렇게 말했건만..
숨어있던 술병이 어찌나 많이 나오는지..
먼데에서 불판까지 공수해 와 김치전을 부쳐준 몸짱님..달콩님..이하 여학생반 여러분께 감사말씀 전합니다.
뒷정리 못해주고 줄행랑 쳐서...
내일 산행을 위해 딱...두잔만 마실려했는데..... 스무잔을 마셔버린 듯...ㅡㅡ;;
이른 아침..
후다닥 고양이 세수를 하고...
지난밤의 술잔치를 예상했는지 숙소에서 제공하는 북어국에 밥말아 먹고..
밥과 반찬과.. 뜨뜻한 물과.. 방금 흘리고 왔던 정신줄까지 잘 챙겨서 성판악으로..
어둠을 뚫고..
산을 오르기 시작..
서걱거리는 발자욱 소리.. 앞인지 뒤인지.. 뉘가 뉘인지.. 먼동이 트기까지 앞만보고 갑니다.
진달래밭 대피소
그래도 예까지 오니 산맛 보네요~
라면 국물이 쥑인다는데... 다들 서둘러 가는 통에 남 먹는 거만 멀찌감치 눈요기하고 지나칩니다.
그렇게 벗들도 만나고..
개미떼마냥..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구름에 가렸던 여명이 올라옵니다.
아직 턱밑밖에 못 올랐는데 벌써 저런 운해가..
정상에 올라 느긋하게 흠뻑 취해주리라..다짐하면서 뒤돌아 잠깐식 눈길만 주고 오릅니다.
이 구상나무도 뭉크처럼 어린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나보네요..
아주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형이하학적인..
이런데서 총들고 멧돼지 사냥하고싶으시다는 횽님... 그런 싼티나는 멘트를...
또하나의 바다...
정녕 저곳으로 다신 돌아가고 싶지 않네요.. 라고..읊조려보지만.. 난 뼈속깊이 세속적이라서...
내 머리속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그거 감읍 할 따름입니다.
누군들.. 산을 오르는 이유야 삼라만상같이 다양하겠지만 굳이 이유가 있겠습니까.
누군가 내게 산을 왜 오르냐고 묻는다면..
조용히 이런 장면을 보여주고 싶네요.
그렇게 우린 한라산을 올랐습니다.
역시나 세찬바람을 마주하고.. 몰려든 객들로 정상석도 못봤지만..
바닥을 쉬이 허하지 않는다는 백록..
제가 그래도 착하게 살았나보네요. 속살까지 말쑥하게 드러내주는 한라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낚시대 하나 드리워보고 싶네.. 뭐가 걸릴지.. 비바리나 하나...ㅋㅋ
경후식..
내용이야 어쨌든... 춥고 불편하게 그리고 본능적으로~ 거쳐야만하는 통과의례지만 마지막 미지근한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처럼 달달한게 있을까요..
코흘리고 움추린 어깨를 보여주긴 불편하니깐.. 서로 얼굴은 마주치지 말고 재량껏 식사합시다~~
ㅋㅋㅋ
멋찌옵니다. 하산멤버.. A조 후미이고 싶었으나...C조 선두가 돼버린..
눈보라..
이런걸 기대...아니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멀리서 보여주니 강건너 산 구경이네요~
남들처럼... 눈밭에 누워서 뭇남성을 유혹하는 멋진 장면을 연출해보려고 옆으로 샜다가..
허거덩...내가 좀 짧았지... 냉정한 신체구조의 한계..
빠져나오질 못합니다. 결국은 돌아누워 몸개그로 겨우 탈출..
마지막 대피소..
이름은 몰라요... 도대체 갔다 온거야 만거야... 아는게 없어..
이 한잔..
식도를 타고 넘어가다 씁쓸한 생채기를 내며..얼굴로 뿜어져 올라오는 우웩...써...
사진을 보니 여까지는 동행했네요~ ㅋㅋ
이분들 중 한분은.. 저질 몸상태로 인하여 민폐를 끼치게 됩니다~^^
지금이야 웃고 말하지만 다들 걱정이 많았어요~ 돌도 안지난 얘기 띠어놓고 가는 새댁처럼~
떡~하니 소주발 홍조를 띄고 나타나셔서 방가웠음...
사장님 서비스로 싸우나까지..
따신물로 몸도 씻고 마음도 씻고.. 조낸 떠들썩한 중국관광객들 옆에서 썩소도 날려보고..
담배불 빌려줬더니 내게 합장하더이다.. 이건 웬 시츄에이션...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일박이일 멤버들이 발은 좀 담구고 갔다는 고등어 조림집에서.. 또 일잔..
저녁식사 푸지게 먹고.. 다시 성산항행 버스를 탑니다.
추적추적..
어쩌면 을씨년스러웠을 겨울비가.. 이박삼일 여행의 미를 차분히 마감해줍니다.
돌아오는 배안..
마지막까지.. 주구장창 달려주시네요~ ㅋㅋ
이렇게 짧디짧은 이박삼일의 제주 한라산행은 세찬 저녁바닷바람에 실려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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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산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과민성...**증후군으로 장거리 이동을 겁나 싫어하거등요.. ㅡㅡ;;
山不在高...
높아야만 산인 것인 아니다..
평생 "삼보이상 승차"라는 거룩한 사명을 지키고 살아가는 허접한 인생입니다.
다만..
느낄 겨를도 없이.. 가뿐 숨을 토해내며.. 이 짓을 왜하지.. 늦잠이나 잘 껄..
투덜이 마냥 산을 오르지만..
돌아오는 내내..
뻐근한 근육통에서 전해오는 짜릿함.
산행이 끝난 후에야.. 좌측 뇌를 재부팅 시켜주는 센티멘탈리즘.
두고 두고 되새김할 수 있는 여운..
그래서 또 다음 산행을 기다립니다.
육지가 다가오는 늦은 밤바다..
조용히 귓전에는,, I'm fall in love again..너는 바다야~ 나는 그안에 있는 작은 고래한마리~...하고 노래가 흐릅니다.
같이 동행했던 삼공사공 회원 모두다
새해엔 꼭 만복래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항상 옆에 있어준 산호형님, 도전이~
앞으로는 습자지같이 얇은 우리 사이도 더욱 돈독해지도록 쭉~~~~ 안산즐산하게요~
- 안드로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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