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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절이었고,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고,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고,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고,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고,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고, 우리는 모두 천국을 향해 똑바로 나아가고 있었고,
우리는 모두 천국을 등진 채 반대로 나아가고 있었다. -- 두도시이야기, 찰스 디킨스 --
거즌 이백여년이 다 지난 그때의 암울한 시절이 어찌 지금과도 데자뷰처럼 딱 들어맞는지..
어두운 시절이지만
그래도 살아야줘
그리 살아가는데 산만큼 좋은 것도 없더이다.
"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어울리지 않는 꽃말이 감성을 자극했던 비렁길에서도
봄을 시샘하는 날씨의 변덕으로 몸과 마음을 꽁꽁 싸매게해버리더니
이번엔 내내 흐림을 예고하던 날씨가 주말엔 잠깐 해를 비춰주겠노라 사뭇 기대하게 했건만
역시나 우려는 기대를 저버리지않고 연달아 주말을 다이다이 시킨다.
고스톱도 연사가 없는법인데..;;
그래도 가야지~ 너를 위해 가야지~^^
아득히 버려져가는 대륙산 버스는
끼이익.. 덜덜덜덜.. 탈탈탈탈.. 매캐함을 선사했던 그 느낌적인 느낌과
너 이런 길 걸어봤어?? 하고 언젠가 써먹을 무용담만 남기고
생각없이 빈웃음만 흘려대던 대머리 아저씨를 닯은 듯 시야에서 사라져간다.(욕은 잠시 접어둠)
고속도로 일키로 걷는 건 일도아님
광사에선 ㅋㅋ
심심할까봐 이런 이벤트도 척척
본래 이런 풍경은 할일을 다하고 누리는 호사여야하는데
이른 아침부터 춥고 배고프고 난감하고.. 뭐 그런 풍경이다.
뒤늦은 얘기지만 그리 멋진 풍경을 보여주려고 새벽부터 그 버스는 그리 울었나보다.
그리생각해야지요.
근데 사진 색감이 왜이리 처량하지요..ㅠㅠ
무엇보다 먼저 국공투어 여권에 확인 도장 꾹 눌러주고
바라 본 가야산
상고대정도나 피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웬걸.. 적설량이 심상치않다.
호언장담하며 깨긋이 빨아서 포켓에 담아 겨울장비보관함 속으로 깊숙히 넣어버린 아이젠 생각이..
저길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그 짧은 순간에 저길 가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런지 몸보다 마음이 앞서 산을 더듬고 있다.
아이젠 없으면 입산을 금지한다고
하산하던 어떤 아줌마의 씨불거림이 맘을 더 착잡하게했지만
정 급하면 한짝씩 나눠신으면 된다는 광사회원들의 너그러운 배려에 용기를 내어 산행을 시작한다.
입구에서 단체 인증샷 하나 남기고
한발 한발 올라본다.
뭐 생각보다 힘들거나 그러지는 않다.
산머리의 눈이 녹을세라 어서가서 보고싶어 맘만 성급하던 선두조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한시간 쯤 오른 듯한데 오백미터 올랐다.
뭐 생각보다 힘들거나 그러지는 않는데도 ㅋ
솔잎 썩는 향은
죽어 문드러질 때까지 악취만 풍겨대는 한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싸~한 기온과는 반대로 봄내음이 물씬하다.
저 소나무는 언제부터 저런 큰 짐을 안고 살아왔을까..
바위가 자라지는 않았을 터
평생 삶을 쉬이 보내지는 않았으리라 짐작하며 이제 곧 이정도쯤이야하고 내내 독야청청하길 소원한다.
나두 나두.. 그랬으면..
어떤길은 편안하고
이쪽길은 고바위(?)를 더텨 올라가는 길이라 빡세단다.
대청봉 가는 길보다 험하다는.. 대청봉을 가보기는 했쑤? ㅋ
이백도 못가 내복을 벗어 던질정도로 땀도 배어나오고 숨소리도 거칠어지는 오르막길이지만 풍광이 황홀하여
힘든질 모르고 오른다.
주유도 해가며 짭짤하다는 그 짭짤토마토도 하나 먹고
다이어트용이라는 두부전도 먹고
나름 험한 길을 밀고 끌며 올라간다.
명색이 국립공원인데 좀 험하긴합디다. 재밌긴하지만서도..
적당히 기어올라 이젠 좀 평평해진 능선을 마주하며
한껏 눈앞에 다가온 풍경(피처링, 밴드 사진첩)
초절정 고수의 카메라빨도 천만가지 색상을 구별한다는 인간의 눈에 비하면냐 초라하기 그지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삼대가 덕을 쌓아 봄바람 살랑살랑 거리는 날 이런 백야의 세상을 경험해보시길 바래요.
어디어디가 무슨 바위고 어디어디가 무슨 코스인데 어느어느 봉우리가 어느 봉우리라는
친절한 설명들이 곁들여졌지만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 ㅠㅠ
담에 다시오면 공부해서 올께요.
목화솜을 뿌려놓은 듯
몽땅 쌓여있는 눈더미도 좋지만 가랑가랑 걸려있는 눈꽃송이들도 올망졸망 예뻐요.
스틱으로 탈탈탈 털어보기도하고
사진으로는 이쁘게 나오려나하고 찍어보지만..
여윽시..
난 그냥 사진은 다시 태어나서 도전하는 걸로~
일락호반 무투쿠마르 바지.. 라는 이름의
첸나이에서 만났던 젊은 인도 청년은 평생 눈을 보지못하였다고했다.
할아버지 고향이 전라북도 어디라던
북경에선 만났던 조선족 아가씨는 평생 바다를 보지못하였다고했다.
우린 단 며칠사이에 어떤이는 평생을 가져보지 못했던 행운을 가졌으니
날 좀 춥다고 바람 좀 분다고 비가 좀 내린다고
움츠려들지 말고
이불을 박차고 나오세요~
글고보니 미정이누나 옷이 깔맞춤이네요~ㅎ
바람에 싸다구를 맞아서 일방적으로 늘어선 솔가지 결에 하연 눈이 명암을 더하니
서릿발같이 차가워 보이지만
난 순간 쑥버무래기가 생각났다. 겁나 뜬금없이
쑥향에 쫄깃한 그 맛을 올해는 맛볼 수 있으려나..
진짜 겁나 뜬금없다.
목마른 김에 감서리하 듯 한조각 따내어 오드득오드득 씹어 먹었던 얼음 조각들
목구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였지만
좀 지나니 목이 칼칼..
미세먼지 잔뜩 머금은 얼음이라 먹지말라는 어르신 말씀을 들었어야하는데..
눈으로 즐기는 건 좋지만 절대 흡입하지마세요~ ㅎ
바위의 자태가
내 그리 그리워하던 그 여인네의 굴곡을 닯았으니 언뜻 지나치지 못하여 눈에 담아본다.
뽀얀 살결과 잔 트러블 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
흉내낼 수 없이 보드라운 저 곡선
글은 글일 뿐 성질내지 맙시다. 상상은 자유자나요~
어딜가나 눈길을 사로잡은 조그만 소나무 하나쯤은 이곳에도 역쉬~
기차바위를 오르고자 어쩔수 없이 밟았음은 비밀로하고
험한 곳에 자리잡고 발받침이라도 내어주는 그 쓸모가 죽비소리마냥 작은 깨달음이 된다.
저 바위 끝은 천길 낭떠러지라
사실 좀 무서웠다.
더구나 눈까지 쌓여있는지라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둘도 없는 멋진 장면을 맘껏 담을 수 있지만
그래서 난 담았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ㅎ
언제쯤부터였을까..
녹다 얼다 녹다 얼다를 되풀이하던 눈꽃들은 오후로 들어서자마자 또다른 황홀경을 선사한다.
유리세공사들조차도 오랜 숙련으로만 만들어 낼 수 있을 듯한 오묘한 형상들이
천지삐까리다.
기온이 좀 올라가고 햇살이 살짝 비춰주니
나뭇가지에 엉겼던 얼음알갱이와 눈들이 후두두둑.. 퍽퍽하며 쏟아지기 시작한다.
간간히 비명소리가 들리고 어디선가 뭐 무너지는 마냥 커다란 굉음이 울려오기도 한다.
익스트림 영화에서 봄직한 그런 스릴
쏟아지는 얼음덩이를 피해 사사삭 지나가는 그런 멋진 장면을 상상하며 걷다가
결국 나도 한대 맞았다.
대가리 빵구나는 줄 ㅠㅠ
남들 맞을 땐 피시식 웃었는데 한대 맞고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이때부턴 소리만 나도 몸이 확 움츠려든다.
만물상코스
초행길에 앞만보고 가니 여그가 어딘지도 모르며 걷는데 바위 좀 보며 가랜다.
어떻게 온 산인데 이런 구경도 안하고 그냥 지나치냐고
햐안 눈에 싸여 구별이 잘 안가서 그랬나보다.
막상 단추구멍같은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니 장관이다.
어디라고 설명할 수 없으나 딱 좋았던 그자리에서 담엔 꼭 커피한잔 때리며 망중한을 보내보고야말리라..
가야산의 백미다.
야.. 이건 뭐 그냥 너무 멋지지아니한가~
이런 설경을 병풍삼아
햇살에 얼굴이 상할까.. 라는 이 상황에 어울리지않는 주저함까지 생길정도로 포근했던
서성대에서 서성거리며 먹었던 만찬
속앓이가 심해져 오늘은 아침부터 처묵처묵 욕구를 애써 참아왔는데
펼쳐놓은 밥상은 수라상 부럽지않다.
가장 즐거운 시간
음식을 나누고 술잔도 나누고
야하지않은 EDPS도 살짝 섞어가며
아무 생각없이 막 여그저그 젓가락질을 해대고 있는데..
후기 얘기가 나온 것도 같고
일어선 사람이 써야한다고 했던 것도 같고
동반자 룰로 연뻑이 없으니 일어선 사람 옆에 사람이 써야한다고도 했던 거 같고..
그렇게 마무리를 자~알하고 하산하는 길에
그 일어선 사람 옆사람이 나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오호 통제라..
눈에 덮이고 구름에 싸여
장엄함을 뽐내던 그 산세에 비해 하산길은 너무 평온하다.
잘 정돈된 계단과 방부목 데크 길.. 그 새 녹아내리며 상쾌한 ASMR을 조율해주는 계곡 물소리
폐사지 몇개 지나고 어딘가 마른폭포가 숨어있다는 그 어느쯤을 지나니 하루 산행의 종점이 목전이다.
이때.. 발은 담구고 가야지
무릎까지 담가야 제대로지
단 5초도 견디기 힘든 시린 물이지만 다들 너무 좋아~~ 허버 좋아~~ 하면서 마냥 즐겁다.
양말 꺼꾸로 신기, 빤스 꺼꾸로 돌려입기 등의 비밀병기를 함부로 오픈하며 달아오른 관절을 다시 팽팽하게 만들어주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여기서
이제 다시 칠불봉 갑시다!! 라고 외쳐대는 한분이 계셨어요.
물론 그분은 오르막 내내 후미였습니다 ㅋㅋㅋ
주차장에 도착
벚꽃은 아직 고요하다.
삼라만상을 품은 꽃봉오리는 슬슬 세상의 모든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우리도 이제 정기산행만의 특별함이 푸짐한
뒷풀이 음식과 맛난 소주와 맥주로 무사산행과 느닷없이 겪은 호사를 다독이고자 옹기종기 둘러앉아 여운을 즐긴다.
오리한테 감사패라도 받아야할 정도로 유행이 예감되는 날개튀김과
땟갈고운 족발
계란 둥둥 오뎅탕
준비하시느라 수고하신 운영진분들께 감사하다.
산에서 못마셨으니 이제 좀 달리고 싶었는데 다들 술을 안하시네.
저녁에 운전해야한다는 핑계는 대지말아효~
우리 선조들은 해뜨면 일나가고 해지면 집에가고 그랬자나요.
언제부터 분단위로 살았다고 ㅋㅋ
담엔 그런 거 신경쓰지말고 함 달려봅시다. 집엔 내일 들어가도 되자나요~^^
노곤하건만
귀가를 못하는 신세라
숙소에 홀로 들어와 깨까시 샤워를하고 안락의자에 드러누워 주인장이 이것저것 서비스로 챙겨넣어준 모텔필수품에 섞여있는 마스크 팩을...
노약자나 임산부는 보지 마세요..;;펌 사진
지난 주말
내 못내 사랑해마지않는 지리산은
이런 황홀한 풍경을 선사했다합니다.
눈앞에 마주한 봄과
뒷산 언저리 하얗게 시작되는 겨울과
몇해전 걸었던 둘레길의 가을과
볼록나온 내 배를 걱정하게하는 여름이 공존하는 멋진 사진으로 하루를 엽니다.
눈을 처음 본 사람과
얼음을 처음 본 사람은
이게 물과 똑같은 화학적 성분을 가진 하나의 존재라는 걸 모른다고합니다.
우리가 어떤 형태를 갖추고 있던,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던
우린 광주사랑의 산을 사랑하는 동행인이라는 동일한 화학적 성분을 가졌으니
우리도 역시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모든 사유와 동작을 정지시킬만큼의 감동
이란 걸 느껴보셨는지
이번 가야산 산행은 올해의 감동리스트의 후보군에 올려봅니다.
이젠 만물을 소생시키는 따스한 햇살이 영글어
어느 절집 기와장에 수줍게 튀어오르는 완연한 봄이 오면 그 때 또 보아요~^^
아 글고..
그 성주가 그 성주가 아니라고 우긴건 애교로 봐주세요~ ㅎㅎ
사회과부도 보고 지명찾기 놀이하던 때가 어언 수십년 전이라.. ㅠㅠ
후기로서는 좀 부족한 글입니다만
기록보다는 그냥 지극히 제 개인적인 산행기이니 너그러이 보고 넘겨주시길 바랍니다.
첨 가본 가야산에서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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