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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행 기..나를 부르는 숲 2022. 3. 21. 16:59
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절이었고,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고,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고,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고,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고,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고, 우리는 모두 천국을 향해 똑바로 나아가고 있었고, 우리는 모두 천국을 등진 채 반대로 나아가고 있었다. -- 두도시이야기, 찰스 디킨스 -- 거즌 이백여년이 다 지난 그때의 암울한 시절이 어찌 지금과도 데자뷰처럼 딱 들어맞는지.. 어두운 시절이지만 그래도 살아야줘 그리 살아가는데 산만큼 좋은 것도 없더이다. "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어울리지 않는 꽃말이 감성을 자극했던 비렁길에서도 봄을 시샘하는 날씨의 변덕으로 몸과 마음을 꽁꽁 싸매게해버리더니 이번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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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ways to slightly improve your life without really trying血가되는 片鱗들.. 2022. 1. 7. 08:20
New year, same old you 100 ways to slightly improve your life without really trying Whether it’s taking fruit to work (and to the bedroom!), being polite to rude strangers or taking up skinny-dipping, here’s a century of ways to make life better, with little effort involved … The Saturday magazine team Sat 1 Jan 2022 11.00 GMT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via Email 1 Exercise on a 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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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나를 부르는 숲 2021. 9. 6. 14:56
준비는 비장하다. 시작부터 알콜이 등장하고 수면제가 날아다니고 위장을 울리는 매콤한 김밥과 한껏 거칠어진 버스의 타이어 마찰소리.. 등등이 순간순간을 장식하고 드뎌 을씨년스런 새벽공기와 함께 안락한 버스에서 부림을 당한다. 부산하다. 장비를 챙기고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늘상 그렇듯 시작은 어수선하지만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군상들로 모여진 이곳은 더욱더 어수선하다. 누구부턴지 모르지만 하나둘씩 걷기 시작한다. 일주문을 지나 깜깜한 밤길을 저벅저벅 걸어나가는 발자욱소리가 힘차다. 보이지 않는 종아리에선 벌써 긴장이 감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달콤한 첫키스의 추억.. 더운 여름날 간간이 흘러가는 구름사이로 반딧불같은 별들이 쏟아지던 그 밤 사랑하는 그녀와 나누었던 첫키스의 비밀을 알고있는 그 별들은 이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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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두산 산행 후기나를 부르는 숲 2021. 8. 30. 10:59
산행은 시청으로 향하는 발걸음에서 시작되는 건 아니다. 일주일 전이든 한달 전이든 클릭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이 산은 어떤 산일까.. 동행자들은 어떤 분들일까.. 꼭 설렘까지는 아니지만 내내 머리속 한자리는 차지하고 있다. 새벽비가 주룩주룩 철길을 적시네~~ 새벽비가 새벽 내내 창문을.. 이러면 개낭만적으로 보일텐데 새벽 내내 에어컨 실외기를 두드린다. 잠결에.. 아.. 이러면 나가린데.. 를 삼세번은 뇌까린 듯 오전 5시 30분 그대를 보면 난 눈물이나요~ 몇년 동안 새벽마다 눈물이나는 KCM의 알람곡을 들으며 일어나 차가운 물로 샤워를하면서 거울에 비친.. 음.. 아직은 쓸만하군.. 잠깐의 나르시시즘 타임도 갖고 대충 챙겨두었던 배낭에 이것저것 넣어서 함 들어본다. 어쭈.. 좀 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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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화도나를 부르는 숲 2021. 6. 21. 10:25
데자뷰.. 이른 아침 짙은 안개가 그날도 그리 자욱했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지않다. 코끝을 간지럽히던 빗방울 몇개가 종일토록 찌뿌린 하늘을 감당해내는 게 보이지 않는 선을 넘나들 듯 아슬아슬하던 밤 꺼내놓았던 살림살이를 대충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하던 중 언제 내가 우울했던 적 있었냐고 시리게 청명한 하늘과 별과 구름을 이별의 선물로 안겨주었던 밤바다.. 그렇게 사랑은 다가왔고 그렇게 사랑은 시작되었다. 그 하늘이 오늘 또 내 왼편에서 집으로 향하는 내내 무심코 동행이 되어준다. 하화도 여수가 고향인 나조차도 낯선 이름이였지만 이젠 익숙한.. 산행보다 백패킹으로 먼저 접하고 아직도 눈에 노란물이 뚝뚝 떨어질 듯 기억이 생생한 오월의 유채꽃 이 여름엔 또 어떤 모습일지.. 자욱한 안개를 뚫고 북광주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