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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행記 - 두번째 이야기나를 부르는 숲 2009. 8. 8. 22:18
지난 밤의 우울한 날씨로 아침 일출까지 포기하고 푹 잠들려 했지만...
새벽..답답한 산장안을 피해 밖으로 나왔더니...
이런....하늘에 별들이 쏟아지네요~~
부랴부랴 깨우고 준비하여도 늦은터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더니 벌써 붉은 여명이 반깁니다.
해는 아직 떠오르지 않는 미명이지만 세상은 잠시 관념속으로 접어두고서
저 아래 한가득 덮쳐오는 운해와 장쾌한 지리산의 능선에 취해봅니다.
새벽 어둠을 뚫고 한시간여나 바위를 더텨 올라왔지만
천왕봉의 시원한 조망은 어느새 모두들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지리산입니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요...그냥 지리산입니다.
해가 오릅니다. 드뎌~ 껍데기를 벗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듯,
누군 붉디붉은 달걀 노른자 같다고도 생각하더구만요.
모두들 잠시 숨을 고르고 아무말도 없이 이순간을 느낌니다.
이시간 이곳에서 홀로 찍는 사진을 바라는 것은 사치입니다.
줄을 서시오~~~ 해서
급하게 기록만 남기기도 버거운 곳이지요. 언제 한 번 시원하게 폼잡고 혼자서 찍어볼 날이 있겠죠~~
그런데 왜 항상 이장면에선 웃기가 힘들까요..ㅋㅋㅋ
거의 접었던 일출장면도 천우신조로 눈에 담았으니
이젠 좀더 여유롭게 천왕봉을 즐깁니다.
마음껏 사진도 찍고, 전후좌우 할 것없이 쫒아다니며 숨겨진 멋진 광경을 보느라 즐겁습니다.
천왕봉을 오르는길....통천문, 신선이 오른다는 바위동굴길입니다.
항상 새벽 어둠속에서만 올랐더니 바위에 새겨진 글도 첨으로 보네요.
멀리 반야봉과 노고단이 보이는 지리 주능길, 어제 하루 안개에 싸여 아쉬움만 가득했던 그 능선을
시원한 제석봉 길을 내려가며 마음껏 음미해봅니다. 늘 쓸쓸하게만 느껴지는 구상나무의 주검들도 같이...
무릎하자로 천왕일출을 포기해야만 했던 성목이를 깨우고
남은 부식거리를 뒤져 미역국에 햇반으로 아침을 채웁니다.
햄도 굽고, 남은 참치캔도 마저 따고, 김치에, 옆자리 아주머니께서 협찬해주신 무슨(?) 짱아찌까지 푸짐합니다.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내려가는 5.3킬로미터 하산길입니다.
이 코스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시원한 계곡 물소리하며 단조롭지 않은 산행길...
군데군데 어우러진 작으마한 폭포와 출렁다리들~
이제껏 택해왔던 하산길 중엔 단연 최고였습니다.
짧은 산행에 대한 아쉬움을 아는지.. 계곡날씨가 잦은 변덕을 부립니다.
아침에 그 장관을 이루었던 해가 어느덧 땡볕이 되어 내리쬐다가도
저 아래 계곡 언저리부터 안개가 스멀스멀 오르더니 또 이런 스산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지친 발도 담그고 시리고 투명한 물소리에 머리도 식히면서 긴긴 하산길을 견디어 갑니다.
네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중산리 탐방지원센터~
이제 다왔구나.. 서로가 대견스럽다며 무사한 산행을 기뻐했지만..
여기서 버스정류장까지가 1.7킬로미터..ㅎㄷㄷㄷ ㅋㅋㅋ
결국은 택시라는 호사스러운 수단을 동원하기로 하고..
고대하던 먹거리 잔치에 돌입합니다.
이틀먹은 피로가 싹가시는 맥주한잔에...부르르르 콜라 부터.. 도토리묵, 산채비빔밥, 야채전, 콩국수까지...
아직 광주까지는 서너시간이나 남은 여정이지만
어느새 따라와 슬며시 옆에 틀어 앉은 지리산 자락이 토닥토닥 어깨를 칩니다.
이젠 그만 오라고....ㅋㅋㅋ
그렇다고 그말을 곧이 들을이 없지 않겠습니까?
산이야 제발로 찾아가 제몸으로 맞고 제 가슴으로 느끼는 바이니
힘든 기억이든 벅찬 기억이든 오래도록 품고 품어 가슴에 차곡차곡 쟁여놓을 수 있는 멋진 여행이 되었길
이번 지리산행에 함께해준 모두에게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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