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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행記 - 첫번째 이야기나를 부르는 숲 2009. 8. 8. 21:27
오붓하게 잘 다녀왔네요~
오래전 기억이라 가물가물하여 갔던길을 되돌아와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한 거는 살짝 애교로 넘기며
물론 카퓌의 이른아침 셀파서비스로 한결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설레임 반, 걱정 반으로 살짝 일렁이는 흥분을 서로 감추어가며 마냥 즐거운 듯 보입니다.
급하게 합류해준 성목이까지
지리산을 맞이해야하니 꼬까옷 이쁘게 차려입은 모냥이 눅눅한 날씨를 멋적게 하네요~
벽소령을 오르는 계곡길 옆에 잠시 배낭을 부려놓고 차가운 물에 땀도 좀 식히고...
역사가 기록해주지 못한 불행한 영웅이죠.. 빗점골에서 최후를 마친 이현상 아지트를 좌로두고
한국전쟁때 미군이 연습하여 월남에서 빛을 발했다는(??) 토기몰이식 토벌작전에 갇혀
수백의 빨치산들이 시뻘건 휘발유 불길에 타올랐던 그 이름마져도 원한의 소리가 들려올 듯한 대성골을 바라보며
잠시 우울해진 기분을 추스립니다.
오랜 낙옆이 썩는 축축한 냄새와 긴 장마로 한결 미끄러워진 자갈길을 거친 숨소리로 차올라 가면서도
지리산이기에... 이젠 그 장엄한 등줄기를 보여 줄 거기에 힘차게 한발 한발 내딪습니다.
이렇게 여유를 부릴때가 아니지만 벽소령 대피소를 배경으로 한 컷 잡아보네요.
두시간을 계획했는데 시간을 훌쩍 넘긴 관계로 한가마니 통째로 사온 성목이표 쏘시지와 초콜릿으로 허기만 채우고 급히 세석을 향해 출발합니다.
사실 두어시간 올라오면서 얼마나 먹어댔는지 배가 안꺼져서 그랬을겁니다.
지난 종주때 이곳에서 잠시 쉬었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그이유가 벽소령을 지나 숲길을 헤쳐오다 첨으로 지리가 능선을 보여주는 곳이라는~
선비샘입니다. 물맛에서도 지리산이 느껴지는 아주 시원하고 상쾌한 곳이죠~
취사는 안되지만 샘 옆이라 도시락 까먹는 객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구요.
세석가는 길입니다.
구름이 피어올라 뒷배경을 이루며 가히 시선이 닿지도 않는 저 먼 속세와의 경계를 시원하게 긋어버리는 풍경입니다.
저..아래 세석산장과 드넓은 철쭉 고원의 향기가 채 가지지 않은 촛대봉이 보입니다.
지난 봄 철쭉을보러 잠시 다녀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시각 오후 세시경~ 늦은 점심이지만 설익은 햇반에 땟깔 좋은 삼양라면으로 입맛이 살아나네요..
햇반은 십분이상 끓여야 한다는 것을 구박 좀 받아가며 배워갑니다.
배 뚜디릴 시간도 없이 후다닥 짐을 다시 챙겨들고 세석을 떠나기 전입니다.
갑자기 구름이 몰려들고 빗방울도 몇 개씩 뿌려지고 몰려있던 등산객들이 다음 일정을 짜느라 분주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쯤이야 한귀로 흘리고 우린 갈길을 갑니다.
천둥이 치고, 컴컴해지고, 빗방울도 살짝 비춰주시고, 안개에 싸여 시야도 확보되지 않지만
정말 정신없이 달려...
무려 십오킬로미터를 궂은 날씨를 뚫고 달려서 도착한 장터목 산장
무릎에 하자가 생겨버린 성목이, 덕분에 그 뒤를 쉬엄쉬엄 따라 오는 날 대신해 못내 걱정스럽기만 햇던 여인네 셋이서
미리 도착하여 방도 배정받아 놓고, 모포도 빌려놓고.. 뒤늦게 도착한 두 남자를 반겨 주더군요..
시골 장터만큼 바글바글한 등산객들, 늦어서 좋은 자리는 다 놓치고 한복판에 자리를 깔고
어깨가 빠지도록 짊어지고온 삼겹을 굽습니다. 쏘주가 빠질리 없죠~
그렇게 우린 장터목의 밤을 밝힘니다.
흐린 날씨에 일몰은 꿈도 못꿔보고 하늘에 별하나 떠 있지 않아도 즐겁게~
아껴온 소주가 바닥이 나도록 마셔도 이밤 흥을 멈출길이 없지만 저 아낙네들의 내일을 위해 잠자리를 준비해야죠~
그사이 살짝 얼굴을 내민 달빛과 두어개 나오기 시작하는 별들이 조금은 기대감을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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