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수국이 무등에도 있었네~~나를 부르는 숲 2009. 7. 6. 19:48
"형이 산을 좋아한다고???? 개뿔...얼마나 구라를 쳤으면.. 이젠 본모습을 드러내시지!!!"
울 동호회에서 내가 산을 엄청 좋아하는 줄 안다는 말에 썩소를 날리며 내지른 후배들 말이다..;;
물론 난 산을 좋아하지 않아. 땀 삐질 흘리는 것도 싫고, 장딴지에 엉덩이 아래가 땡기는 근육통도 별반 반갑지 않고..
그런데 또 산에 가잔다. 왜 자기가 가자면 안가냐고 삐질 듯하는 리밍, 봉사나 하시라고..지들끼리라도 간다고 바로 쌩까주시는 송이.
떵싸고 밑 안딱은 듯~ 무등산 옛길의 느낌이 지지리도 안떠나고 있는데..ㅠ.ㅠ
중봉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아련하지만 참아야지.
이번주는 기필코 아이들하고 놀아주리라...
*^^*
했지만.. 결국은 토요일 저녁 서너시간을 못버티고 문자를 보내고 말었다...
"낼 무등산 가니?"
"당근이죠" 그러면서도 오라는 말은 안하더군.....완전 섭섭.. ㅡ,.ㅡ;;
예전엔 산행 전날 배낭도 챙겨놓고 그랬는데...이젠 엄청 게을러졌다.. 늦게도록 펑펑자고 짐을 챙기니 항상 뭔가 빠지기 마련..
더구나 하니 전화까지 받고나니 더 허둥거려지는데...지각은 안해야겠기에..
지하철에 앉아 엊그제 헌책방에서 골라온 "콘트라베이스를" 읽는다.. 서너장을 넘기고 증심사입구역을 내릴려니 하니의 넓다란 얼굴이 반긴다..ㅋㅋㅋ
어째 만나려니 싶더라고~~
삼순네가 먼저 와서 줌마씨들 틈바구니에 멍때리고 계시고, 쬠있다 버스에서 뭔 기린하나 내린 듯 싶게 길쭉하니 나타나 주시는 리밍
약속시간에 2분이나 늦게 나타나는 송이를 심하게 갈궈볼려고 준비했는데...올만에 얼굴보는 태미 땜시 참는다..ㅎㅎ
2분이 얼마나 긴시간인데.. 2분동안 숨을 참아봐...대가리를 박아보든지..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화장실 문꼬리 잡고 2분을 기둘려봐...
담부터 늦으면 2분동안 물구나무 서있으라 할라니깐...
"저 쓰레길 어떻게 치우지?"
"누군간 치우겠죠~"
내공 한 삼천육갑자는 될 듯한 대화를 이어가며 당산나무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벌써 중환자실 숨소리를 내뱉는 저질체력들이 나타나고..
밤새 얼려온 나의 생명수 빠오레이드를 반이나 마셔버린 리밍.. 역시나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하는 쏭양..
"아직 멀었어???" 를 외쳐대는 하니, 네댓번씩 8층계단을 오른다는 기초체력의 소유자 태미는 느긋하고, 무릎에 파스 뿌려대는 삼순양..;;
그렇게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텁텁한 공기를 "아놔...존내 습하네.."로 투덜거려주며 한땀한땀 올라간다...
중머리고개 딱 스무발자욱 남겨놓고 주저앉은 송이를 버려두고 태미랑 먼저올라 딸기맛 하드를 하나씩 입에 문다~~
"입 조심해!! 붙어분다.." ㅋㅋ 진짜 성급하게 갖다대면 주둥이 붙어불드만...
가려져 있던 햇볕은 쉬어보려 엉덩이만 깔면 슬며시 나타나주시고..-_-;; 후다닥 자리를 옮겨서 나무숲속으로~
김밥도 먹고, 단테랑 카퓌가 그렇게 외쳐대던 호가든 맥주도 한캔 까고..
내가 들어본 중 최고의 샤방샤방 말투로 물병을 나눠 주던 송이... 그 아저씨 나이가 한 쉰은 넘어보이드만....ㅋㅋㅋ
중봉으로 빠짝 꽂아주는 길이 열렸네~ 바로 정수리를 가르듯이 치올라 탄다..
중머리를 경계로 답답한 시야를 벗어나 얕은 관목숲과 고산지대를 맛보게 해주는 어린 구상나무들~ 드뎌 무등산의 자태를 느끼는 길이다.
나는 산을 좋아하지 않는다...다만 뒤돌아 시선을 멈추면 구비구비 넘어가는 겹겹 산자락이 어설픈 미사여구들 들이대지 않더라도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난, 난 단지 그 이유로 산을 찾는 것이다..
소풍 가듯~ 즐겁게 시원하게 탁트인 산길은 이내 만면을 웃음짓게 하고, 뽀시락 장난도 쳐가면서 하니의 밝은 표정보다
인상적인 건 무논에 모심다 막걸리 한잔을 간절히 원하는 장흥발 농부의 표정을 짓고있는 리밍이다..ㅋㅋㅋ
그래도 그렇지..이건 머 오분에 한번씩 쉬어대니....ㅡㅡ;;
삼순이는 나랑 맛대놓고 사진질이고~ 부디...부탁하건대..내사진 좀 잘 찍어줘.....플리즈...
용추봉이라고 들어봤니?? 아직까지 꽁꽁얼려있는 물병을 들고... 이 뭥미..-_-;; 하는 표정??
좋은 자리 찜하는 능력이 탁월한 태미양~~ ㅋㅋ
중봉이다.. 사실 사진 좀 찍어달라 부탁하는데..주위에 아저씨들만 있으면 좀 당황스럽다..
저분들이 과연 디카에 능숙할까?? ㅋㅋ 하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는 멋진 사진을 찍어주셨네...
내 팔자에 무슨 여복이 터져...꽃밭에서 놀아보노....하지만..나름 꽃밭이라는...ㅋㅋㅋㅋ 글제 내 인생에 그런 쌧복이 있을리 없제...;;
"이 한장의 사진"
눈 앞에 펼쳐진 서석대의 광경과 먼여정이 발을 막 떼는 듯한 설레임
한눈에 꽉차는... 흐르는 강물처럼의 영화 포스터같이 은빛 물결에 낚시줄을 드리워보고 싶은 느낌과도 같은 흥분
늘상 장불재를 거쳐 넘어오던 길을 거꾸로 걸어가자니.. 아주 작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낯설음
이번 산행을 함께한 내 똑딱이의 최고의 사진이다~~
맨 뒷모습만 보다....앞모습 한 번 찍어볼려고 털거덕 거리며 몇걸음 뛰어가 들이대 보지만 이내 따라 와버리는 쌘쓰쟁이들..ㅡㅡ;;
구석탱이에서 신난 애들은 따로 있군...ㅋㅋ
뭔가 컨셉을 잡아본다고 찍어달래는데...
어쩌자고??? 째려보면 어쩌겠다고?? ...............저기까지 올랐다고 올라갈란다고 자랑질 하는 거란다...
파스 한 통 지혼자 다쓰고 있으면서..;;
아놔....여기 서석대라고.....달력에서나 보았던 무등산의 대표얼굴마담인 서석대란 말이다...
오분만 더가면 정상인 줄 아는지 모르는지 막판 경사길을 못이기고 다들 폐인모드..ㅋㅋ
여기가 정상이야..
적어도 광주사람들은 이제 내 발밑에 있다는~~ 아주 잠깐이지만 오싹함을 느끼도록 서늘한 바람도 반겨주고
두다리 쭉 뻗고.. 내려가기 싫다는, 넘 좋다는, 역시 산은 좋을 거라는, 시쳇말도 한마디씩은 흘러나와 주는
올라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아주 공평한 그런 곳이라고~~
공원관리인 아저씨의 눈을 피해 버너를 준비해 라면물을 끓이고 아침에 주섬주섬 챙겨든 도시락도 꺼내고
삶은 달걀에...김밥
수라상이 부럽지 않은 진지가 차려진다~
먹다 남은 계란 찌꺼기를 물고 힘들게 가는 개미가 안쓰러워 집이 어딘지 물어보고 대문앞에까지 가져다 준다고 아주 진지하게
봉사정신 발휘하는 삼순양, 쪄온 계란이 익지 않아 고스란히 시체를 바위위에 늘어놓아 주던 리밍.
너무 맛있다고 연방 감탄사를 남발하는 태미, 저 산꼭대기 군발이네 숙소에서 하룻밤 묵어가고 싶다는 송양.
먹을 땐 정말 부담없어지는 달려라 하니..ㅋㅋ 그렇게 마지막 잔치는 끝이나고..
하산을 준비하며~
사진 좀 찍어달랬더니 지 여친하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겼다고 과감하게 그녀를 찍사로 보내주시는 훈훈한 한 청년..
내려오며 몇번인가 마주쳤는데 그래도 다정하시더만...ㅋㅋ
하니가 왜 배낭을 앞에 껴안고 있는지 아시는 분!!!
입석대로의 하산길~
송이가 못내 탐내하던 리밍양의 블루셔츠~ 녹음과 어우러져 아조 경쾌하다~~ 굿샷~ 사모님 나이습니다요~~ㅋㅋ
병(?)이 도져 입석대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 달려버리는 하니와 태미를 빠뜨린 채
네명이서 언제 다시올지 모른다는 일념하나고 곳곳마다 서너장씩은 채우고 넘어간다~
아쉽지만 그래도 반가운 해우소에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자세는 프로라는 옆자리 아저씨의 작업멘트로 뻘쭘해 하던 하니..ㅋㅋ
이젠 아줌마 모드로 돌아섰으니 조금만 더 하면 그정도는 가볍게 되받아칠 수 있는 입담이 길러질꺼야~~
세인봉삼거리를 쫒아가는 소나무길~
지친 몸과 아직 가시지 않은 산행에 대한 느낌을 토닥토닥거려주는 듯한 부드러운 길.
진짜 이러면 안되는데....
저 맑은 물에 때빼고 광내고.... 선녀틱 할래면 옷이라도 벗어놓든지...ㅋㅋㅋ
발이 시리다, 달구워진 무릎에도 찬물을 끼얹어보고~ 넘 좋다...ㅎㅎ
다시 찾아온 쎌카 시간...
파쓰 한통을 다 쓰고....내 고귀한 무릎 보호대까지 애용을 하시더니 막판 삼매경에 빠지시네...
빡신거 좋아한대더니..저질 무릎으로 하산길 내내 고생하시더니 그래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마무리 해줘서 고맙수다~ㅋㅋ
이건 머??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닭볶음~~ 동동주도 한잔, 시원한 맥주도 한잔~ 열무와 콩나물을 넣고 버무려먹는 비빔밥까지~
하루 산 탄 거 다먹었다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 목소리들 ㅋㅋ
회비 남았다고 아이스크림도 사주고...오늘 고생많았다고 팁도 칠백원씩이나 챙겨주는 리밍이...-_-;;
서방님이 와주셔서 넘 좋아요~~ 귀에 걸리는 하니..
세상에서 자기 부인이 제일 좋다는 바다....나랑 내기 걸자...딱 만원만 내기로...ㅋㅋ
집까지 바래다 주는 바다 차를 타고 가니.
소나기까 쏟아진다. 앞이 잘 안보이도록~ 산에서 마음을 씻었으니 저 소나기에 몸을 씻자~
차에서 내려 몇걸음 되지 않지만 아주 천천히 걸어본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돌아서 보이지 않는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며 또 하루를 그렇게 살아간다..
이젠 지리산을 가야겠군...
무등에 피었던 "산수국"입니다.
만개하진 않았군요~~ 하나 하나의 꽃이 피여 보이면 정말 예쁘고 탐스러운 꽃송이가 된답니다.
'나를 부르는 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행記 - 첫번째 이야기 (0) 2009.08.08 8월 1일 ~ 2일 지리산 계획 (0) 2009.07.21 세석평전 철쭉 산행~ (0) 2009.05.27 82세 지리산 호랑이, 천왕봉에 서다 (0) 2009.05.14 소백산 계획.... (0) 2009.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