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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반야봉...오르며(2007년 9월 29일~30일)나를 부르는 숲 2009. 2. 6. 08:35
산에 데려달라~~ 못된 것의 꼬임에 빠져..(서울서 온 징징이와 고창에서 온 징순이와)
늘 셀파를 구하던 내가 셀파를 자청한다.. 계획을 짜고 산장예약을 하고 교통편을 뒤지고 코스를 분석하며~~
오전 10시..
십분 늦었다고.. 아홉번 늦던 것들이 한번 늦었다고 벌금 만원 내라고?? 그동안 맷집이 많이 늘었나 보군..
모(?)마트에서 간단한 먹을 거리를 준비한 후 11시 10분 구례로 출발..
구례구역이 보인다..이 구역 사방 육십리 안은 내 발이 안 닿은데가 없는데..ㅋㅋ 잠깐 오바 좀 하고..
항상 그렇듯 첫발은 설레임이 앞서기 마련.. 올들어 겨우 두번째 산행인바에야 무슨...
그래도 섬진강 변에 왔으니 재첩국 한그릇은 해야지..
점심을 먹고 1시 40분 성상재 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창 밖을 감상하고자하는 맘에 굳이 왼쪽자리로 고집했건만... 차창 밖은 별 감흥은 없는 듯..
천은사 입구..
버스안에까지 꾸역꾸역 들어와서 문화재 관람료(1600월)를 걷어가는 저 소속불명 권력의 손길..
평소에 일을 좀 그렇게 하지~~ 어쨋든 입장료와의 싸움은 늘 겪는 일 ㅋㅋ
약간 소심하게 개겨보는 것도 나름 재미.
드뎌 성삼재 도착
냉기가 훅 끼친다.. 현지온도 11.4도
썰렁하지만 한시간여 등반을 해야 되는 통에 옷을 꺼내지는 않고 남는 시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잠시
뒤를 되짚어 본다.
내가 쉬이 올라온 이길이 지리산을 두번 죽이는 길 ㅋㅋ
어제 먹은 술땜시 아랫배가 골골거려 잠시 해우소에서 마음을 비운 후...
요즘 화장실에 이상한 시스템이 ㅋㅋ 냄새 없앤다고 거품이 막 나오던데?? 쫌 신기!!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오르는 길을 자연으로 돌려 준다고 콘크리트 포장길을 깨내고 돌길로 다듬는 중..
어쨋든 이길은 심하게 재미 없고
어린 아이들과 하이힐을 똑딱거리는 다리살 굵은 아줌마들.. 미니스커트 나풀거리는 화장내 풍기는 아가씨덜이 주를 이루지..
이 시대착오적이고 반사회적이고 자기 연민에 빠져 헤어나올줄 모르는...
이건 산에 대한 모욕이야...>.<
노고단 대피소
친절은 약에 쓸려도 없는 공단늠들한테 방을 배정 받고 그래도 일번 ㅋㅋ
짐을 풀고 한 장에 천원하는 모포도 하나 빌려 놓고..
새롭게 단장한다며..공사 중.. 내 마음도 잠시 공사중..산장에서 잠을 청하는 두번째 느낌..
군대 내무반? ㅋㅋ
예전에 남녀 따로 잔다는 걸 알고 심하게 우울했던 기억이^^
배낭을 벗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노고단을 오른다..
시간 오후 다섯시.. 어중이 떠중이 관광모드로 다니던 사람들의 발길도 끊기고..
연휴를 지난 담이라 그닥 객도 많지 않은..
헬기가 떳다.. 또 누군가 혈세를 낭비하는 구나..ㅋㅋ
들것을 지고 뛰어가는 구조대 아저씨..의 "휴.. 오늘도 산에서 자야겠군 히히히히"
하는 넋두리와 웃음소리가 왜그리 아이러니 하던지 ㅋㅋ
오후 네시까지만 문을 열어주는 노고단 정상 울타리를 넘어서..
우리 여섯살배기 아들의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구름이가 비를 뿌리다 힘들어서 산아래로 떨어졌나봐..."
역시 어른을 가르치는 건...
날씨가 흐려서인지..
지리10경 중 하나라고 아예 각인시켜 주려는 것인지..
풀잎스치는 소리하나 없는 적막함..
거칠어진 마음을 짓누르는 진한 습기를 머금은 노고운해...
노고에서 바라본 섬진강...
남도의 강물은 저렇듯 부드러움이 있어... 순천만 S자 포인트 생각나네..ㅋㅋ
노을만 더해졌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생각하면서도 이내 마음을 접지..
지리산에서는 절대 욕심을 내면 안되...
허락해 주는 만큼 나누어 주는 만큼만 가져도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인걸..
그래도 역시 지리는 내맘을 알아...조금이나마 저녁노을을 나눠 주는...
감흥? 표현? 안되지..
걍 지리에서는 이 한마디면 되.. "아~ 지리산!!"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는 말..이것만큼 이율배반적인 말이 또 있을까..
산은 이미 내안에 와있는 걸..거기가 아니고 내안에..우리안에..
발아래..
남들은 다 버리고 희미해져 가는데.. 온전히 다섯잎을 너무나 이쁘게 가지고 있는 조그만 꽃..
ㅋㅋㅋ
드뎌 오년만의 한을 풀다.
장터목에서 삽겹을 구우며 내 속을 너덜너덜하게 했었던 늠덜..
짐을 줄여보겠다고 주먹밥에 초코파이 그나마 사치스런 햄하나 김쪼가리로 소주를 홀짝거리고 있는
내 앞에서 감히 삽겹을 구워...
장장 오년만에 내가 지리산에서 삼겹을 굽는다.. ㅋㅋㅋ
물론 산에는 그릇을 씻을 수 없기에... 내내 고기냄새를 배낭에 품고 다녀야 한다.. 이쯤이야 감수하지~
여물 먹고..물마시고..연초하나 꼬시르고..
하늘을 보니..웬일??
한가위가 지나 어깨쭉지가 약간 이그러졌지만 휘영청 밝은 달!!
알콜끼로 업된 기분에 어둠을 헤치고 다시 노고단으로~~
달빛이 이렇게 밝은 줄 첨 알았다는 저늠.. 서울놈들은 다 쳐 죽여야되!!
너무나 감동스런~~
이를 담지 못하는 싸구려 디카를 쓰벌쓰벌하믄서 한탄해 본들~~
넘 많이 먹어서인지.. 배는 자꾸 꿀꿀거리고..
땡크..아니져.. 콘크리트 구멍뚫는 함마드릴 소리 들어 봤는지..
워메 어떤 엑스엑스 같은 넘의 코고는 소리..
아마 산장안에 거즌 99%는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이제 겨우 열한시 반인데..산장을 뛰쳐 나가겠다는 사람도 있었으니...
데모라도 해서 코골이 수술료를 인하해 달라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해준 늠..
옥에 티를 만드네 ㅠ.ㅠ
어쨌든..
새벽 네시 기상..
뽀시락거리며 배낭을 채우고..이도 안닦고.. 개기름 번지르한 얼굴도 닦지 않고..
헤드랜턴을 끼고 새벽 산행을 시작한다.
요것들 그렇게 일렀건만 후레쉬하나 챙겨오지 않고.. 춥다고 백번을 강조했는데도..
내 옷 다 뺏어 입고.. 내가 전과가 있어 참는다.
가느다란 물방울이 뿌려지고.. 곰이 나타나면 이렇게 저렇게 하란 휘장들도 입 쩍벌리고 달라들고..
지팡이를 두개씩 휘두르며 훠이훠이 나타나는 산악회 떼거리들 길도 비켜주면서..
열심히 달리고 있건만~
아직도 삼키로..ㅠ.ㅠ
역시 운동을 해야써..운동을 해야써.. 후회는 해봐야...
아침을 안먹어서인지 허기는 밀려오고..
호주머니엔 겨우 자유시간 두개에 비스켓 하나..
잠시 서서 허겁지겁 껍질을... 야 이렇게 맛있는게 있었어?? 자유시간 널 앞으로 좋아해주마..
그런데 껍데기에 써 있는건..어린이를 위한 미니 자유시간.. ㅠ.ㅠ
허나 일출을 보겠다고 서둘렀지만..이미 동이 저멀리서..
흐린 날씨에 어차피 힘들었을테지만.. 아쉬움..담엔 더 빨리 서둘러야겠군..
드뎌 반야봉 정상..해발 1732m
지리산의 심장이라는.. 반야봉에.. 저렇게 멋대가리 없는 중국산 화강암 덩어리를!!
아주 잠깐 천왕봉이 그리워진다..
잠시....
땀이 식어 한기가 들때까지..
잠시...
여기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
가슴이 시리거든..
이젠 그게 느껴져..
굳이 빨치산이니 산자락에 핍박받던 민초들의 애환이니..들먹이지 않아도..
지리산은 그런 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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